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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임교수의 뒷모습

내년 신입생 유치, 이미 시작된 교수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

by BeStOnE:) 2025.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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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신입생

 

내년 신입생 유치, 이미 시작된 교수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

 

2학기때는 고민 단 하나다. 그것은 “내년 신입생 유치.” 아직 올해 학생들과 한 학기나 남았는데도, 우리는 이미 내년을 고민하고 있다. 교수들끼리 가볍게 웃으며 던지는 말 같지만, 그 속에는 학과의 존폐와 직결된 숫자에 대한 불안이 묻어 있다.

겸임교수인 나에게 이 시기는 조금 다른 의미다. 강의 준비와 학생 관리, 여기에 플러스로 이제부터는 ‘신입생 유치전쟁’이라는 또 다른 업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학과 홍보는 단순히 포스터를 붙이고 설명회를 여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진로 체험 행사에 참여하고, 입시설명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학과의 강점과 커리큘럼을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심지어 SNS 계정 관리나 홍보 영상 제작까지도 교수들의 몫이 된다.

 

대학의 입학 구조는 점점 시장 논리에 가까워지고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시대, 각 학과는 하나의 브랜드처럼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단순히 “좋은 학과입니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실습 환경, 취업 연계, 졸업 후 진로, 교수진의 경력, 심지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노출되는 이미지까지 모두 영향을 미친다.

매년 이맘때면 겪는 일이지만, 올해는 특히 더 심각할 것이다. 주변 대학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학생들의 선택 기준도 까다로워졌다. 취업률, 장학금, 기숙사, 심지어 학식의 퀄리티까지도 대학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학생과 학부모는 냉정하게 비교하고 판단한다. 그래서 교수들은 홍보 전략에 머리를 싸맨다. 우리 학과의 장점은 무엇인지, 다른 학과와 차별화되는 포인트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겸임교수는 직접 발로 뛰는 일에 더 자주 투입된다. 행사 기획, 현장 진행, 체험 수업 운영, 포스터 디자인까지 맡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보 활동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년 신입생이 줄어들면 학과의 개설 과목이 축소되고, 심하면 통폐합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교수들끼리도 묘한 긴장감을 만든다. 복도에서 스치듯 나누는 대화도 대부분 “올해 몇 명 들어온다더라” 같은 숫자 이야기다. 입시 지원 마감이 다가올수록 그 표정은 더 진지해지고, 목소리는 더 낮아진다. 경쟁 학과의 홍보 영상을 분석하고, 고등학교별 상담 데이터를 모아 전략을 세운다. 마치 주식 시장에서 차트를 분석하듯, 입시 상황판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나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나름의 보람이 있다. 고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다.

현장에서 쌓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감있는 강의,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언, 업계 네트워크를 활용한 인턴십이나 취업 연결 등 정보를 제공할 때의 가치이다.

요즘 학생들과 상담을 해보면, 그들이 원하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졸업 후 자신이 어떤 일을 하게 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 실무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식과 기술, 그리고 진정성 있는 관심과 조언이다.

아직 진로를 확정하지 못한 학생의 눈빛, 전공 설명을 들으며 호기심이 반짝이는 표정, 그리고 “교수님, 이 학과 가면 이런 걸 배울 수 있어요?”라는 질문이 주는 설렘. 그 짧은 만남이 내게는 단순한 ‘홍보 활동’을 넘어, 교육자로서의 사명을 다시 일깨워주는 순간이 된다.

 

결국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교육 환경이 변해도, 교육의 본질은 여전히 하나다.
그것은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배움을 제공하고, 그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일이다.
정교수든 겸임교수든, 직함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교육자로서 걸어가야 할 길은 같다.

학생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더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싶기 때문이다.
이 마음이야말로 교육자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책임일 것이다.

앞으로의 길은 학생들 각자가 선택한다.
우리는 그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조력자일 뿐이며,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꿈을 선택하고, 그 꿈을 향해 단단하게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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