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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임교수의 뒷모습5

내년 신입생 유치, 이미 시작된 교수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 내년 신입생 유치, 이미 시작된 교수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 2학기때는 고민 단 하나다. 그것은 “내년 신입생 유치.” 아직 올해 학생들과 한 학기나 남았는데도, 우리는 이미 내년을 고민하고 있다. 교수들끼리 가볍게 웃으며 던지는 말 같지만, 그 속에는 학과의 존폐와 직결된 숫자에 대한 불안이 묻어 있다.겸임교수인 나에게 이 시기는 조금 다른 의미다. 강의 준비와 학생 관리, 여기에 플러스로 이제부터는 ‘신입생 유치전쟁’이라는 또 다른 업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학과 홍보는 단순히 포스터를 붙이고 설명회를 여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진로 체험 행사에 참여하고, 입시설명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학과의 강점과 커리큘럼을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심지어 SNS 계정 관리나 홍보 영상 제작.. 2025. 8. 11.
내 명함엔 ‘겸임교수’, 내 연구실은 없다 내 명함엔 ‘겸임교수’, 내 연구실은 없다 오늘도 강의 전, 카페가 내 연구실이 된다. 학교에서의 하루 일정은 학교에 도착해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늘 수업에 필요한 자료들을 체크한다. 노트북, 충전기, PPT, USB, 그리고 학생들 과제물까지. 큰 가방 하나에 모든 것을 담아야 한다. 연구실이 있다면 미리 준비해 둘 수 있는 것들이지만, 나는 매번 집에서 가져와야 한다.강의 시작 전, 오늘 수업 내용을 한 번 더 점검하고 PPT를 수정할 곳이 없는지 또한번 읽어본다. 때로는 동료 교수님의 연구실 앞에서 잠시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바쁘신데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살게 된다. 강의 시작 5분 전, 강의실 앞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학생의 인사를 받고 나도 인사하며 책상에 앉는다. 가방에서 노트북을 .. 2025. 8. 9.
방학 중에 연락 오는 학생 덕분에 미소가 지어진 날 방학 중에 연락 오는 학생 덕분에 미소가 지어진 날 대학의 시간표가 멈추고, 복도는 조용해지고,캠퍼스에서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방학이구나” 실감한다.강의가 끝난 이후의 나는 오히려 일상으로부터 유리된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특히 겸임교수라는 위치에서는 더욱 그렇다.계약으로 강의를 하며 정해진 시간에만 학교에 나가고,수업이 끝나면 별다른 후속 작업 없이 곧바로 현장으로 복귀해야 하는 일상.어쩌면 방학은 내게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않을 시간”이라는 기분을 남긴다.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학기를 마무리하면 자연스레 각자의 삶으로 흩어진다.‘그들은 나를 기억할까?’‘나의 수업이 무언가 도움이 되었을까?’이런 질문은 방학이라는 시간 속에서 종종 나를 스치고 지나간다.오늘, 핸드폰에 알림이 떴다.“교수님,.. 2025. 8. 8.
디자인보다 먼저 꺼내야 하는 것, 감정 디자인보다 먼저 꺼내야 하는 것, 감정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건 스킬이 아니다.툴은 하루 이틀이면 익힐 수 있고, 기능은 유튜브나 AI도 알려준다.하지만 아무리 툴을 잘 다뤄도 ‘무엇을’ 표현할지 모르면 디자인은 움직이지 않는다.의미 없이 예쁜 것만 추구하게 되고, 감정 없는 껍데기만 남는다.그래서 나는 디자인을 가르칠 때 가장 먼저 묻는다.“지금 너는 무슨 감정을 표현하고 싶니?”학생들은 당황한다. 감정을 표현하라는 말이 아니라 디자인을 배우고 싶다고 한다.그럴 때마다 나는 말한다.“디자인은 결국 감정의 시각화야.표현하고 싶은 감정이 명확하면, 그 형태는 반드시 따라온다.”나는 디자인을 기술이 아니라 감정의 언어라고 생각한다.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각은, 반드시 어떤 마음에서 나왔기 때문이다.그것이 .. 2025. 8. 7.
학생은 모른다, 자기 안에 얼마나 빛나는 게 있는지 학생은 모른다, 자기 안에 얼마나 빛나는 게 있는지 가끔 나는 학생들의 조용한 얼굴을 오래 바라본다. 말이 적고, 눈빛도 무덤덤하며, 자신이 만든 결과물에 별다른 자부심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한 학생들. ‘그냥 과제를 했을 뿐이에요.’라는 표정을 짓는 그들에게서 나는 늘 미처 인식하지 못한 잠재력의 그림자를 본다.그림자처럼 조용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것은, 종종 그들보다 내가 먼저 발견하게 된다.학생들은 대개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감각을 가졌는지 모른다.모른다기보다는,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왔고, 그것을 들여다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다.주입식 수업, 정답 중심 평가, 오답을 부끄러워하는 문화 속에서 그들은 “생각하는 것”보다 “정답을 말하는 것”에 길들여졌다.그래서 어떤 학생은.. 2025.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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