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명함엔 ‘겸임교수’, 내 연구실은 없다
내 명함엔 ‘겸임교수’, 내 연구실은 없다 오늘도 강의 전, 카페가 내 연구실이 된다. 학교에서의 하루 일정은 학교에 도착해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늘 수업에 필요한 자료들을 체크한다. 노트북, 충전기, PPT, USB, 그리고 학생들 과제물까지. 큰 가방 하나에 모든 것을 담아야 한다. 연구실이 있다면 미리 준비해 둘 수 있는 것들이지만, 나는 매번 집에서 가져와야 한다.강의 시작 전, 오늘 수업 내용을 한 번 더 점검하고 PPT를 수정할 곳이 없는지 또한번 읽어본다. 때로는 동료 교수님의 연구실 앞에서 잠시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바쁘신데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살게 된다. 강의 시작 5분 전, 강의실 앞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학생의 인사를 받고 나도 인사하며 책상에 앉는다. 가방에서 노트북을 ..
2025. 8. 9.
학생은 모른다, 자기 안에 얼마나 빛나는 게 있는지
학생은 모른다, 자기 안에 얼마나 빛나는 게 있는지 가끔 나는 학생들의 조용한 얼굴을 오래 바라본다. 말이 적고, 눈빛도 무덤덤하며, 자신이 만든 결과물에 별다른 자부심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한 학생들. ‘그냥 과제를 했을 뿐이에요.’라는 표정을 짓는 그들에게서 나는 늘 미처 인식하지 못한 잠재력의 그림자를 본다.그림자처럼 조용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것은, 종종 그들보다 내가 먼저 발견하게 된다.학생들은 대개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감각을 가졌는지 모른다.모른다기보다는,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왔고, 그것을 들여다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다.주입식 수업, 정답 중심 평가, 오답을 부끄러워하는 문화 속에서 그들은 “생각하는 것”보다 “정답을 말하는 것”에 길들여졌다.그래서 어떤 학생은..
2025.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