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겸임교수의 뒷모습

방학 중에 연락 오는 학생 덕분에 미소가 지어진 날

by BeStOnE:) 2025. 8. 8.
반응형

방학 중에 연락 오는 학생 덕분에 미소가 지어진 날

 

대학의 시간표가 멈추고, 복도는 조용해지고,
캠퍼스에서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방학이구나” 실감한다.
강의가 끝난 이후의 나는 오히려 일상으로부터 유리된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겸임교수라는 위치에서는 더욱 그렇다.

계약으로 강의를 하며 정해진 시간에만 학교에 나가고,
수업이 끝나면 별다른 후속 작업 없이 곧바로 현장으로 복귀해야 하는 일상.
어쩌면 방학은 내게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않을 시간”이라는 기분을 남긴다.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학기를 마무리하면 자연스레 각자의 삶으로 흩어진다.
‘그들은 나를 기억할까?’
‘나의 수업이 무언가 도움이 되었을까?’
이런 질문은 방학이라는 시간 속에서 종종 나를 스치고 지나간다.

오늘, 핸드폰에 알림이 떴다.
“교수님, 잘 지내세요? 저 이번에 디자인 회사에 인턴으로 합격했어요. 면접 때 교수님 수업에서 했던 포트폴리오 보여줬더니 칭찬받았어요!”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나의 모든것을 잊고 함박 웃음이 나왔다.
그저 ‘학생’이라는 한 사람의 삶에 작게나마 기여했다는 뿌듯함만이 밀려왔다.

나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너무 축하해요! 내가 그 작품 정말 좋다고 했잖아. 그 감각은 분명히 누군가가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날은 이상하게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어떤 돈을 번 것도 아니고, 어떤 명예를 얻은 것도 아닌데
내 이름을 누군가가 기억하고 감사한 존재로 알아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졌다.

 

방학 중 문득 오는 학생의 메시지 한 줄은, 한 학기의 모든 피로를 단숨에 씻겨낸다.
그 학생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그 과정에 내가 있었다는 아주 작은 흔적이기도 하니까.

그 순간만큼은,
‘내가 이 일을 계속해도 되는 이유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의 “첫 번째 선생님”이자 “학생의 가능성을  발견하여 끌어내준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은 내게 그 어떤 타이틀보다 큰 의미를 가진다.

 

문득 그런 생각도 해본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연락한 적이 있었던가?”
바쁘다는 이유로, 어색하다는 이유로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지금, 학생이 내게 연락을 주는 그 용기가
더 소중하고,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 학생은 아마도 자기가 내 하루를 얼마나 기쁘게 만들었는지 모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한 줄의 메시지가 나를 다시 ‘교수님’으로 살아가는 보람이되고,
내일의 강의 준비를 더 진심으로 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나는 누군가의 성장의 여백 속에 살짝 녹아든 사람처럼 느껴진다.

학생의 작은 성공과 함께 미소 짓는 나의 모습.
그것이야말로, 내가 하는일에 대한 내가 가진 특권인지도 모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