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선호하는 색상 심리
색상으로 읽는 MZ의 마음을 교실에서 학생들의 과제를 보며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강렬한 네온 컬러와 화려한 그라데이션을 선호했던 학생들이, 최근 들어서는 묘하게 차분하면서도 개성 있는 색상들을 선택하고 있다. 베이지톤의 미니멀한 팔레트에 포인트로 사용하는 비비드한 컬러, 또는 라임 크림, 백포도, 오렌지 에이드, 럼 건포도와 같은 작은 간식 문화가 반영된 이름을 가진 색상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MZ세대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반영하는 중요한 신호다. 제품의 색상이 고객 구매 결정의 60~80%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처럼, 색상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닌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며, 세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문화적 언어이기도 하다.
시각디자인과 교수로 학생들과 함께하며 관찰한 색상 선호도의 변화와, 최근 'FLEX'와 '인스타그래머블'의 종말, 실용세대가 온다는 사회적 변화를 종합해 보면, MZ세대의 색상 선호도에는 그들만의 고유한 심리적 배경과 문화적 맥락이 담겨 있다.
MZ세대 색상 선호도의 특징은 MZ세대에게 색상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핵심 도구다. 과거 세대가 유행하는 색을 따라가려 했다면, 이들은 오히려 '나만의 컬러 팔레트'를 구축하려 한다. 이는 SNS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피드 톤 앤 매너를 만들어야 하는 현실에서, 색상은 개인 브랜딩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
그렇지만 브랜딩에서는 수업을 통해 관찰한 MZ세대 학생들의 특징은 색상 선택이 매우 직관적이면서도 논리적이라는 점이다. 색상을 선택할 때 감정적 호감도를 우선시하지만, 그 선택의 이유를 설명할 때는 매우 체계적이고 분석적이다.
예를 들어, "이 색상이 좋다"라고 말할 때, 단순히 "예뻐서"가 아니라 "이 색상이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가치를 잘 보여주고, 타겟 고객들이 스마트폰으로 볼 때 피로감을 주지 않을 것 같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흥미로운 점은 MZ세대 학생들이 자신의 색상 선호도에 대한 메타인지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내가 왜 이 색을 좋아하는지 알겠다", "이 색상 조합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안다"는 식으로 자신의 색상 반응을 객관화해서 바라본다.
이는 색상 교육에도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전통적인 색상 이론 위주의 교육보다는, 개인의 색상 경험과 감정을 분석하고 이를 디자인에 활용하는 실용적 교육이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팬데믹 이후 MZ세대의 색상 선호도에 가장 큰 변화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색상에 대한 선호도 증가다.
강렬하고 자극적인 색상보다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위로가 되는 색상들을 선호한다.
구체적으로는 어스 톤( 테라코타, 클레이 베이지, 세이지 그린 등 자연에서 따온 따뜻하고 차분한 색상), 뉴트럴 컬러 ( 그레이지 베이지, 그레이지 핑크 등 채도가 낮은 중성 색상), 파스텔 계열 ( 전통적인 파스텔보다 더 세련되고 성숙한 느낌의 더스티 파스텔)을 선호한다.
이러한 선호는 집콕 문화의 확산과도 연관이 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색상에 대한 니즈가 증가한 것이라 생각한다.
환경 의식이 높은 MZ세대는 색상 선택에서도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
첫째, 자연 친화적 색상에 대한 선호다. 식물성 염료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색상, 자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색상들을 선호한다. 올리브 그린, 테라코타, 오크우드 브라운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타임리스(Timeless)' 색상에 대한 관심이다.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색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는 '실용세대'의 특성과도 일맥상통한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보다는 오래도록 질리지 않을 색상을 선택하려는 신중함을 보인다.
지속가능성을 반영한 색상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MZ세대는 색상을 선택할 때도 '스크린에서 어떻게 보일지'를 우선 고려한다.
이는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특징이다. 인쇄물보다는 디지털 화면에서 더 선명하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RGB 색상을 선호하며 양간 모드나 어두운 환경에서도 잘 보이는 색상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색상이 왜곡되지 않는 안정적인 색상을 선호한다.
실제로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인쇄용과 디지털용 색상을 구분해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색상에 대한 그들의 이해도가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임을 보여준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MZ세대가 성장한 환경은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경제적 불안정, 기후 변화, 팬데믹, 취업 경쟁 등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되어 있다. '러키비키'를 외치고 '저속노화'를 추구하는 현상도 이러한 불안감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색상은 심리적 안정감을 얻기 위한 중요한 도구가 된다. 전통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색상으로 알려진 파란색보다는, 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베이지나 브라운 계열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그레이지(Greige)' - 그레이와 베이지를 혼합한 색상 - 의 인기는 매우 상징적이다. 이 색상은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중성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동시에 세련된 느낌까지 준다. 불확실한 시대에 확실한 것을 찾으려는 심리가 색상 선택에도 반영된 것이다.
스토리를 활용한 MZ세대 맞춤 색상 전략도 필요하다. 라임 크림, 백포도, 오렌지 에이드, 럼 건포도와 같은 작은 간식 문화가 반영된 색상명처럼, MZ세대는 색상의 이름 자체에서도 스토리를 찾으려 한다. 단순히 '빨강', '파랑'이 아닌, 그들의 경험과 연결될 수 있는 색상명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 사례를 보면 올리브영은 '올영 핑크'라는 브랜드만의 고유 색상을 개발했고 무신사는 계절과 감정을 연결한 색상 컬렉션을 출시했다. 29cm는 빈티지 감성을 담은 색상 팔레트를 구축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접근법은 색상을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닌,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감정적 연결고리로 만든다.
현재 초등학생인 알파 세대(2010년 이후 출생)들은 색상에 대한 감각이 MZ세대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OLED 디스플레이, HDR, 광색역 표현이 가능한 디바이스에 노출되어 있어, 색상에 대한 기본적인 기준 자체가 다르다.
이들을 위한 색상 전략을 미리 준비하려면 기존보다 훨씬 선명하고 풍부한 색재현율을 높이고, 시간이나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색상 시스템과 AI 기반의 개인 맞춤 색상 추천 방법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AR, VR, 홀로그램 등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은 색상 경험 자체를 바꾸고 있다. 3차원 공간에서의 색상, 촉각과 연동된 색상, 후각과 결합된 색상 등 새로운 형태의 색상 경험이 등장할 것이다.
MZ세대는 이러한 변화의 교량 역할을 하는 세대로, 기존의 2D 색상 경험과 새로운 다차원 색상 경험을 모두 이해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MZ세대의 색상 선호도는 단순한 미적 취향을 넘어, 그들의 가치관, 생활 방식,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담고 있다. 색채 심리학이라고도 하는 컬러 마케팅은 기업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며 시장에서 강력한 시각적 존재감을 구축하는 데 활용하는 강력한 도구라는 점에서, MZ세대의 색상 심리를 이해하는 것은 현대 브랜딩과 마케팅의 핵심 과제다.
개성과 실용성, 감성과 논리성, 개인주의와 사회적 책임감이 공존하는 복합적 특성을 가진 MZ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색상 하나를 선택할 때도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색상은 단순히 '예쁜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것', '나를 표현하는 것', '지속가능한 것', '진정성 있는 것'이어야 한다.
교육자로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젊은 세대의 색상 감각 변화를 관찰하고 연구해 나갈 예정이다.
색상은 시대의 거울이자, 세대의 언어이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기본 단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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