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에 ‘말을 거는 법’
디자인은 시선을 잡기 전에, 마음을 흔들어야 한다
학생은 분명 열심히 작업했고, 레이아웃도 나쁘지 않다.
컬러 매칭도 괜찮고, 타이포그래피도 꽤 안정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거다.
"보고는 있는데, 읽고 싶지 않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이렇게 답한다.
“그건 네 포스터가 말을 안 걸어서 그래.”
그러면 학생들은 “디자인이 어떻게 말을 걸어요?”
그렇다.
디자인은 소리 내어 말하지 않지만, 확실히 ‘말을 거는 기술을 가질 수 있다.
특히 포스터는 그 중에서도 가장 직관적이고, 한순간에 시선을 붙잡아야 하는 장르다.
0.5초 안에 주목을 얻고, 3초 안에 의미를 전달하고, 5초 안에 여운을 남겨야 한다.
그렇다면 ‘말을 거는 포스터’란 과연 무엇일까?
오늘은 그 질문에 답해보려 한다.
타이포는 말투다..목소리를 디자인하라
포스터에서 텍스트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다.
그건 말투이고, 태도이고, 성격이다.
예를 들어보자.
"Don't miss it!" 이라는 문장을 생각해보자.
이 문장이 굵고 강한 산세리프로 표현되면 강한 외침이 된다.
반면 얇은 손글씨체로 표현되면 속삭이듯 다정한 말이 된다.
굴림체로 작성하면? 진지함은 사라지고 가벼운 느낌만 남는다.
텍스트는 보이는 순간, 말투를 정한다.
당신의 포스터는 어떤 말투로 말을 거는가?
그 질문이 바로 ‘디자인의 목소리’를 설계하는 출발점이다.
메시지는 명확할수록 사람을 붙잡는다
많은 포스터가 시각적으로는 복잡한데, 내용은 모호하다.
문제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본인도 모른다.
포스터를 설계할 땐, 가장 먼저 이 문장을 써보라고 말한다.
“이 포스터는 결국, 한 문장으로 뭐라고 말하고 싶은가?”
디자인은 자연스럽게 무엇을 강조하고, 무엇을 줄일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갖아야 한다.
포스터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문장을 강하게 말하는 일이다.
사람은 ‘공감’이 있는 포스터에 반응한다
감성 없는 디자인은 아무리 멋져도 스크롤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
특히 최근 SNS에서 포스터의 영향력이 커지는 이유는
‘포스터=정지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짧은 감정, 한 줄의 공감, 혹은 순간의 찡함을 주는 콘텐츠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포스터는 시각적 완성도보다 공감의 깊이로 기억된다.
‘내가 겪은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느낌’,
바로 그것이 포스터가 사람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다.
시선의 흐름도 대화다
잘 만든 포스터는 눈의 동선이 ‘이리저리 헤매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른다.
이건 마치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눈을 보고 → 표정을 읽고 → 뉘앙스를 이해하는 것과 닮았다.
디자인은 시선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고, 그 흐름 속에서 메시지를 정확히 ‘들리게’ 해야 한다.
그래야 사용자는 ‘이 포스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고 느낀다.
포스터는 지금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가?
학생에게? 바쁜 직장인에게? 어린이에게? 감정에 예민한 연인에게?
디자인은 절대 ‘모두를 위한 메시지’를 하지 않는다.
그건 결국 아무에게도 전달되지 않는 디자인이 되기 때문이다.
타겟을 정하여 선명해질수록 디자인은 더 ‘말이 되는’ 결과를 만든다.
포스터는 침묵의 디자인이다.
말하지 않지만, 분명히 말하고 있다.
디자이너는 색으로 말투를 만들고, 폰트로 감정을 얹고, 구성으로 논리를 짜며,무게감으로 진심을 표현한다.
이것이 ‘디자인이 말을 거는 방식’이고,
그 말을 듣게 만드는 것이 바로 디자이너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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