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과 자외선이 모발에 미치는 숨겨진 진실, 케라틴 손상 부위 연구 결과
드라이어로 말리고, 고데기로 스타일링하고, 강한 햇볕 아래를 걸어 다니면서도 우리는 모발이 받는 손상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최근 국제화장품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Cosmetic Science)에 발표된 혁신적인 연구 결과가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열과 자외선이 우리 모발의 케라틴(keratin) 단백질에 미치는 산화적 손상의 구체적인 메커니즘과 위치가 분자 수준에서 규명된 것입니다.
이 연구는 단순히 "열과 햇빛이 모발에 나쁘다"는 막연한 상식을 넘어서, 정확히 어떤 부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손상이 일어나는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오늘은 이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모발이 겪는 분자 수준의 변화와 그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케라틴, 모발의 핵심 구성 요소
모발의 약 80-90%를 차지하는 케라틴은 우리 모발의 강도와 탄력성을 결정하는 핵심 단백질입니다. 케라틴은 마치 강철 케이블처럼 여러 단백질 사슬이 서로 얽혀있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이들 사이의 화학적 결합이 모발의 물리적 특성을 좌우합니다.
케라틴 단백질은 20가지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시스테인(cysteine)이라는 아미노산입니다. 시스테인은 황 원자를 포함하고 있어서 다른 시스테인과 이황화결합(disulfide bond)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 이황화결합이 바로 모발의 강도를 유지하는 핵심 구조입니다.
또한 메티오닌(methionine)이라는 아미노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메티오닌은 황 원자를 포함하고 있어서 산화적 스트레스(oxidative stress,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 손상)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국제모발연구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메티오닌의 산화는 모발 손상의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주요 지표라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최근 연구에서는 모발에 폴리설파이드(polysulfide)라는 항산화 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폴리설파이드는 열충격과 자외선 등 다양한 산화적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항산화 활성을 나타내며, 모발에서 폴리설파이드가 감소하면 항산화 활동의 손실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2. 열 손상의 분자적 메커니즘
드라이어, 고데기, 컬링기 등 열 스타일링 도구의 온도는 보통 80-220°C에 이릅니다. 이런 고온에 노출되면 모발의 케라틴 구조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열에 의한 케라틴 손상은 단계적으로 진행됩니다.
1) 60-80°C에서는 모발 내부의 수분이 급격히 증발하면서 단백질 구조가 팽창합니다. 이 과정에서 케라틴 사슬들 사이의 약한 결합들이 끊어지기 시작합니다.
2) 100°C를 넘어가면 더욱 심각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이황화결합이 불안정해지고, 일부는 아예 끊어집니다. 이때 특히 취약한 부위는 모발 표면의 큐티클(cuticle) 층과 내부의 코르텍스(cortex) 경계 부분입니다.
연구진들이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열 손상의 패턴이 균일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모발의 특정 부위들이 다른 부위보다 더 취약하며, 이는 케라틴 단백질 내에서 특정 아미노산의 배열과 관련이 있습니다.
① 메티오닌 잔기 집중 부위
- 메티오닌은 황(S)이 들어 있어 산화에 약한 아미노산.
- 이 부위는 산화 스트레스(자외선, 활성산소)에 가장 먼저 반응 → 메티오닌 설폭사이드로 변하고 단백질의 기능이 달라짐 → 모발 약화.
② 시스테인 이황화결합 부위
- 이황화결합은 모발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강한 결합.
- 열(고데기, 드라이어)로 인해 결합이 약화·끊어짐 → 모발 모양 유지 능력↓, 탄력 상실, 푸석푸석해짐.
③ 단백질 사슬의 α-helix 구조 전환점
- 케라틴 단백질은 대부분 α-helix(나선형 구조)인데, 전환점(turn) 부분은 구조적으로 휘어져 있어 불안정.
- 열·화학처리·UV로 인해 이 부분이 먼저 풀리면 전체 구조가 흐트러지고 변형됨 → 강도와 탄력 급감.
④ 큐티클-코르텍스 경계면
- 모발 표면(큐티클)과 내부(코르텍스)가 만나는 부위는 응력 집중 지점.
- 빗질, 마찰, 당김이 여기에 집중돼 미세균열 발생 → 큐티클이 들뜨거나 떨어져 내부 코텍스 손상 가속화.
3. 자외선 손상의 복합적 메커니즘
자외선에 의한 모발 손상은 열 손상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을 보입니다. 자외선에 노출되면 모발 섬유가 손상되어 건조함, 강도 감소, 거친 표면 질감, 색상 손실, 윤기 감소, 경직성과 부서지기 쉬운 성질이 나타나며, 모발의 광화학적 분해는 모발 단백질 모두를 공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UVA(320-400nm)와 UVB(280-320nm)로 나뉘는데, 각각 모발에 미치는 영향이 다릅니다.
UVB는 주로 모발 표면의 큐티클을 직접 손상시키고, UVA는 더 깊이 침투해서 내부 구조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자외선 손상의 핵심 메커니즘은 광산화(photo-oxidation) 반응입니다. 자외선이 모발에 닿으면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이 생성됩니다. 이 활성산소들은 매우 반응성이 높아서 케라틴 단백질의 여러 부위를 공격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인간 피부 케라틴에서 K1 케라틴의 Met259, Met262, Met296 위치가 UV로 인한 메티오닌 산화의 주요 부위로 확인되었으며, 이러한 메티오닌 산화 수준이 UV로 인한 인간 피부 손상을 직접적으로 반영한다는 것입니다.
자외선에 의한 케라틴 손상의 주요 타겟 부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메티오닌 잔기
- 메티오닌은 황(S)이 들어 있는 아미노산인데, UV에 노출되면 황이 산화돼서 메티오닌 설폭사이드로 변해 → 단백질 성질이 달라지고 약해집니다.
② 트립토판 & 티로신
- 둘 다 방향족(고리형) 아미노산인데, UV광을 흡수해 광분해(빛에 의해 분해) → 색소 변화(탈색)나 단백질 변성이 생깁니다.
③ 이황화결합(Disulfide bond)
- 머리카락을 지탱하는 ‘다리’ 같은 결합인데, **활성산소(ROS)**가 공격해서 끊어짐 → 모발이 푸석해지고 탄력이 줄어듭니다.
④ 펩타이드 백본
- 단백질의 골격(백본)이 끊어져서 → 케라틴 자체가 잘리거나 분해 → 모발 강도 약화됩니다.
4. 산화적 손상의 시너지 효과
열과 자외선이 동시에 작용할 때는 단순한 개별 효과의 합이 아닌 시너지 효과가 나타납니다. 이는 실제 우리가 경험하는 상황과 매우 유사합니다. 여름철 해변에서 햇볕을 받으며 바람으로 말린 머리카락이나, 드라이어로 말린 후 햇볕에 노출된 모발의 상태가 그 예입니다.
연구진들이 발견한 중요한 사실은 열과 자외선의 복합 노출이 각각의 손상을 증폭시킨다는 것입니다. 열에 의해 이미 약해진 케라틴 구조는 자외선에 더욱 취약해지고, 반대로 자외선으로 손상된 부위는 열에 의한 추가 손상을 더 쉽게 받습니다.
이런 시너지 효과는 특히 다음과 같은 부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① 모발 끝부분 (Hair Tips)
- 머리카락은 자란 후 잘리지 않으면 끝부분이 수개월~수년간 외부에 노출돼 있음 → 누적 손상이 가장 심함 → 갈라짐(스플릿엔드)·거칠음 발생.
② 큐티클층 (Cuticle Layer)
- 모발의 보호막 역할인데 UV, 오염물, 빗질로 가장 먼저 손상 → 큐티클이 들뜨거나 떨어져 나가면 내부 코텍스까지 손상 확대.
③ 화학 처리 부위 (Bleach, Dye, Perm)
- 염색·펌 과정에서 이미 이황화결합이 일부 끊어져 약해진 상태 → UV나 브러싱 같은 추가 스트레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
④ 물리적 스트레스 부위 (Brushing Areas)
- 반복적 빗질·드라이·열기구 사용 → 마찰열로 큐티클이 손상 → 단백질 손상과 함께 모발 휘어짐·끊어짐 발생.
이러한 복합 손상은 단순히 미용적인 문제를 넘어서 모발의 구조적 무결성을 심각하게 위협합니다. 반응성 산소종이나 자유라디칼은 내인성 및 환경적 요인들에 의해 생성되며, 실험적 증거들이 산화적 스트레스가 노화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5. 손상 진단과 평가 방법
모발의 산화적 손상을 정확히 진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한 케어 방법을 선택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분석 방법들이 개발되었습니다.
가장 정밀한 방법은 질량분석법(Mass Spectrometry)을 이용한 단백질 분석입니다. 이 방법으로 케라틴 내의 특정 아미노산 산화 정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연구실 수준의 분석이고, 일반적으로는 더 간단한 방법들을 사용합니다.
실용적인 모발 손상 평가 방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현미경 관찰 - 큐티클 층의 들뜸과 손상 정도 확인
② 인장강도 측정 - 모발이 끊어지는 힘의 정도 측정
③ 신축성 테스트 - 젖은 상태에서 늘어나는 정도 확인
④ 표면 거칠기 분석 - 큐티클 표면의 매끄러움 정도
⑤ 색상 변화 측정 - 멜라닌 색소의 분해 정도 평가
일반인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자가 진단법도 있습니다. 모발을 물에 적셔서 살살 당겨봤을 때 정상적인 모발은 30% 정도까지 늘어나야 합니다. 만약 10% 정도밖에 늘어나지 않거나 쉽게 끊어진다면 단백질 손상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6. 예방과 보호 전략
산화적 손상으로부터 모발을 보호하는 것은 치료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경제적입니다.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효과적인 예방 전략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열 보호 전략은 무엇보다 온도 관리가 핵심입니다.
드라이어는 60°C 이하의 저온 모드를 사용하고, 열 스타일링 도구는 가능한 한 낮은 온도 설정을 선택해야 합니다. 또한 열 보호 제품(heat protectant)의 사용이 매우 중요합니다.
효과적인 열 보호 성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실리콘 계열 (다이메티콘, 사이클로메티콘)
- 모발 표면에 얇은 코팅막을 형성 → 거칠어진 큐티클을 매끄럽게 덮어줌.
- 마찰을 줄여 빗질 시 손상 감소, 윤기와 부드러움 향상.
- 일종의 “코팅 필름” 역할 → 즉각적인 매끄러움 제공.
② 단백질 보충제 (케라틴, 실크 단백질)
- 모발 속 손상으로 생긴 빈 공간(단백질 결손부)을 임시로 메움.
- 머리카락 내부의 강도를 잠시 높여 탄력 회복.
- 샴푸·헹굼 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빠져나가기 때문에 지속적 보충 필요.
③ 세라마이드
- 모발 큐티클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지질 성분을 보강.
- 손상으로 유실된 지방층을 채워 큐티클이 벌어지는 것을 막음.
- 수분 증발 억제 + 외부 자극 차단 → 장기적으로 보호막 역할.
④ 판테놀 (프로비타민 B5)
- 모발 내부로 침투하여 수분을 끌어당겨 보유.
- 수분감을 유지해 모발이 유연하고 부드럽게 유지됨.
- 과도한 건조나 정전기 방지에도 도움.
2) 자외선 차단 전략도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모발용 자외선 차단제가 시중에 나와 있으며, 이들은 주로 화학적 자외선 흡수제나 물리적 차단제를 사용합니다.
모발용 자외선 차단 성분
① 옥시벤존, 아보벤존 – 화학적 UV 흡수제
- UV 빛을 흡수하여 열로 바꿔 방출 → 피부·모발이 직접 흡수하지 않도록 보호.
- 가볍고 투명하지만, 햇빛에 장시간 노출 시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어 보강제가 함께 쓰임.
② 징크옥사이드, 티타늄디옥사이드 – 물리적 UV 차단제
- 머리카락 표면에 얇은 흰색 막을 형성 → UV를 직접 반사·산란시킴.
- 자극이 적고 안정성이 높지만, 백탁(하얗게 보이는 현상) 가능.
- 모발용 스프레이나 미스트에 사용 시 광택감이 살짝 떨어질 수 있음.
③ 비타민 E, 비타민 C – 항산화제
- 자외선으로 인해 생긴 활성산소(ROS)를 중화 → 단백질, 지질 산화 방지.
- 비타민 C는 물에 녹아 세포 내부에서 작용, 비타민 E는 지질층에서 보호 → 함께 쓰면 시너지.
④ 폴리페놀류 – 천연 항산화 물질
- 녹차·포도씨·로즈마리 추출물 등에 풍부 → UV로 인한 염증·산화 스트레스 완화.
- 항산화력 + 항염 효과로 두피 건강에도 도움.
7. 손상된 모발의 복구와 관리
이미 손상된 모발의 경우, 완전한 복구는 불가능하지만 추가 손상을 방지하고 외관을 개선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현대 모발과학이 제시하는 복구 전략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단백질 보충 치료가 가장 기본적인 접근법입니다. 손상된 케라틴 구조를 완전히 복구할 수는 없지만, 외부에서 공급한 단백질이 손상된 부위에 임시적으로 결합해서 모발의 강도와 탄력성을 일부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단백질 복구 성분들
① 가수분해 케라틴 - 분자가 작아 모발 내부 침투 가능
② 실크 아미노산 - 부드러움과 윤기 개선
③ 콜라겐 펩타이드 - 표면 보호막 형성
④ 엘라스틴 - 탄력성 개선
지질 보충도 중요한 복구 전략입니다. 손상된 큐티클층의 지질막을 보강해서 수분 손실을 막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습니다.
8. 미래의 모발 보호 기술
모발 케어 분야의 과학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나노기술, 생명공학, 재생의학 등의 발전으로 더욱 효과적인 모발 보호와 복구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미래 기술들로는 나노캡슐화된 보호 성분들이 있습니다. 이는 활성 성분을 나노 크기의 캡슐에 넣어서 모발 깊숙이 침투시키고, 필요할 때 서서히 방출되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또한 유전자 분석을 통한 개인 맞춤형 모발 케어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서 그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보호 성분과 농도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열과 자외선에 의한 모발 케라틴의 산화적 손상은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닌 복잡한 생화학적 과정입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손상의 정확한 메커니즘과 위치가 밝혀짐으로써, 더욱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모발 관리가 가능해졌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입니다. 적절한 열 보호와 자외선 차단을 통해 모발의 케라틴 구조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이미 손상된 모발의 경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복구 전략을 통해 상태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모발 과학 분야의 연구가 계속 발전함에 따라, 더욱 혁신적인 보호와 복구 기술들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모발 관리로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발을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 Wiley Online Library, "Key locations of oxidative damage in human hair keratins after heat and ultraviolet light exposure", International Journal of Cosmetic Science, 2024
- ScienceDirect, "Human hair keratin responds to oxidative stress via reactive sulfur and supersulfides", Free Radical Biology and Medicine,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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