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굿즈는 어떻게 ‘브랜딩 자산’이 되는가
캐릭터 굿즈는 어떻게 ‘브랜딩 자산’이 되는가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자주 묻는다.
"요즘 가장 갖고 싶은 굿즈가 뭐야?"
그러면 돌아오는 대답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 게임 마우스패드, K-pop 아이돌 포토카드, 그리고 내가 전혀 모르는 유튜버의 키링까지.
디자이너이자 교육자로서, 나는 왜 굿즈를 주목하는가
최근에는 [Solita y Luma]라는 스페인어 동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아이들을 위한 캐릭터와 음악, 애니메이션을 동시에 설계하고 있다.
그러면서 굿즈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어떤 굿즈가 아이와 엄마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디자인만 예뻐선 안 되고, 쓰임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브랜드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이 고민은 단지 '상품을 하나 더 만든다'는 차원을 넘어서, 브랜드의 생존을 위한 전략이 되었다.
굿즈는 왜 ‘브랜딩 자산’인가?
브랜드는 결국 관계다.
굿즈는 그 관계를 지속시키는 가장 물리적이고 지속적인 수단이다.
특히 캐릭터 굿즈는 '소유'라는 감정적 장치를 통해 팬과 브랜드를 연결해준다.
소비자는 단순한 관객이 아니라, '소장자'로 전환된다.
누군가가 굿즈를 꺼내는 순간, 그 캐릭터에 얽힌 노래, 이야기, 감정이 떠오른다.
이건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정서적 회상 장치(emotional recall device)다.
디자인은 이 기억을 시각적으로 조직하는 예술이다.
캐릭터는 하나의 콘셉트로 시작되지만, 굿즈는 그 캐릭터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이 캐릭터는 어떤 공간에서 살까? 어떤 물건을 쓸까?’
이런 상상은 굿즈 기획으로 이어진다.
결국 브랜드는 "스토리텔링에서 라이프스타일"로 확장된다.
현실적인 과정도 간과하지 않는다
디자이너로서 굿즈는 아름다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자로서 나는 현실도 알려줘야 한다.
인쇄소 단가, MOQ(최소 주문 수량), 샘플 검토, 제품 인증 문제 등
굿즈는 반드시 생산 공정과 수익 구조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AI로 시각화하는 것까진 누구나 한다.
하지만 제품화, 유통, 수익 모델까지 설계할 수 있어야 진짜 ‘브랜딩 자산’이 된다.
나는 요즘 아이들과 엄마가 함께 쓰는 굿즈를 고민한다.
스티커, 머그컵, 티셔츠 같은 전통적 아이템보다는 ‘잠자리 책’, ‘별자리를 찾는 보드게임’, ‘아이 전용 이어폰 케이스’
같은 좀 더 서사와 결합된 굿즈를 떠올린다.
아이들은 캐릭터와 ‘놀이’를 통해 관계를 만들고, 엄마는 그 캐릭터를 통해 ‘기억’을 쌓는다.
이것이 굿즈의 힘이고, 굿즈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현실에 착륙시키는 방식이다.
굿즈는 끝이 아니다. 시작이다.
굿즈는 브랜드의 '결과물'이 아니라, '관계의 문'이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세계관, 감정이 사용자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학생들에게도, 나에게도 이 질문은 유효하다.
"당신이 만든 캐릭터는, 누군가의 일상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그 질문이 곧 브랜드의 진짜 시작점이다.